2007/06/17

파도소리

언제부턴가 파도소리가 귓가에서 울리기 시작했다.

어디서 시작됐는지 모를 답답함과
그 답답함을 털어버릴 곳을 찾지 못해 헤매고 다니는 방랑하는 나.
파도소리를 찾아 이른 바닷가에 서서 가만히 눈을 감고
파도소리에 귀를 맡긴다.

파도에 쓸려 점차 모습을 잃고 백사장으로 돌아가는 모래성처럼
파도소리에 쓸려 마음의 얼룩들이 씻겨 나가
평범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바라며
파도소리에 몸를 맡긴다.

저편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귓가를 스쳐지나가며 파도소리를 전해주고
파도소리는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내 마음을 어루만져준다.
사르르르...부서지는 포말과 함께 내 작은 상처들이 치유되길 바라면서
파도소리에 마음을 맡긴다.

2007/03/11

감기

지독한 감기에 걸려버렸다.

다시 걸릴까 의문까지 들었던 차에..


몸을 가눌 수조차 없는 떨림

정신을 못차리도록 치솟는 열

가슴을 찢어버릴듯한 기침


오직 시간만이 치유해 줄 수 있는 병..


이제 곧 계절이 바뀌면

기침은 멈추고

열은 내리고

떨림은 가라앚고

언제 감기에 결렸냐는 듯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겠지..


하지만 몇 번이고

면역되지 않는걸..

2007/02/23

Mannequinism

서서히 굳어가고 있는거야.
눈은 점점 초점을 잃어가고..
믿고 있던 것들을 잊어가고..
가슴은 점점 식어가고..

사고도 정신도 신념도 내 몸도..
점점 딱딱한 플라스틱 인형으로..

사람으로 남아있는 것도 점점 힘들어지고 있어..
결국 커다란 뇌만 남은 괴물이 되어가고 있는 걸까..


Mannequinism
an epidemic where a citizen plays no key role in the economic or social contrasts of our world, such as closing oneself in a dark box, or having too much in hand hence having no time for volunteer work, or any participation in a community, in turn, this leads to the person literally turning into a mannequin; a subtle, crippled figure immune to the active world around it.


Reference
Urban Dictionary

2006/10/17

무심히 흘러가는 시간

작년에 처음 와서 fall break이라고 글을 쓴게 불과 몇 일 전 같은데 또 다시 fall break이 되었다.
조금 있으면 곧 연말이 되고 또 학기가 시작되고 또 같은 얘기를 하겠지.
이렇게 한 해 한 해 지나가겠구나.

Reference
Break From Study? Break For Study?

2006/10/14

각오하고 클릭하거나 각오하고 클릭안하거나..

애전에 친구가 쓴 글 중에 제목이 "각오하고 클릭하든 각오 안하고 클릭 안하든 해야할 것!"란 글이 있었다. 내용으로 올라온 그림은 제목이 암시하듯 그다지 기분 좋은 것은 아니었다. 말그대로 "각오"가 필요했었다고나 할까..
그런데 그 제목을 보면서 한가지 의문이 생겼다. "각오 안하고 클릭하지 안한다"가 과연 맞는가라는.
요즘은 인터넷이 자료가 넘쳐난다.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기는 하지만 한 개인으로서 이런 것까지 "자료"라는 이름으로 올라와야 하는가라는 의문이 드는 것도 없지않아 있다. 어떠한 것이든 간에 이런 자료들은 인터넷의 하이퍼 텍스트 상에서 링크를 통해 접근하게 된다. 필요한 자료라고 판단되면 마우스에 손을 올려 클릭을 하면 될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클릭을 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하지만 직접 그 자료에 접근하지 않는 이상, 링크가 주는 제한적인 정보만으로는 그 가치를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그렇지만 인터넷 상에서는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만일 호기심이나 궁금증이 생긴다면 클릭 한 번으로 금방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의 강력한 잇점이라 하겠다.
클릭을 하는데는 시간도 돈도 들지 않는다. 단지 손가락만 잠시 까딱하면 그만이다. 호기심은 곧 해소된다. 때론 생각할 겨를도 없이 손이 움직여 링크가 인도하는 다른 세계로 가게된다. 그 세계가 마음에 들던 안들던 간에.. 그러다 종종 당혹스러운 결과에 놀라기도 한다. 인터넷의 용의성이 갖는 문제점이라 하겠다.
이제 몇 번의 당혹스러움을 겪은 후에 링크를 앞에 두고 용이성과 호기심 사이에게 갈등하기 시작한다. 클릭을 할 것인가 안 할 것인가.
클릭을 하지 않는 데에도 각오는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