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10/24

The Postman Always Rings Twice


The Postman Always Rings Twice
James M. Cain
Vintage Crime
ISBN: 0679723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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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달인 Frank는 여기 저기 떠돌다가 우연히 식당 겸 주유소를 들러 식사를 하게 된다..
돈 한 푼 없던 그는 식당 주인 Nick에게 사정을 말하게 되고 마침 정비공을 필요로 하던 Nick은 Frank에게 자신의 집에서 일을 할 것을 제의한다..

Nick의 아내인 Cora을 보고 한 눈에 반한 Frank는 Nick의 집에 머물면서 Cora와 불륜의 관계를 갖는다..

Frank와 Cora는 Nick을 죽이기로 하고 Nick의 머리를 내리치지만 미수에 그치게 되고 사건은 정전으로 인한 사고로 무마되고 만다..

Nick이 병원에 입원한 사이 Frank는 Cora에게 함께 떠날 것을 제안한다. 그러나 떠돌이 생활에 대한 회의를 가진 Cora는 이를 거절한다..

다시금 Frank와 Cora는 자동차 사고를 위장해 Nick을 죽이는데 성공한다. 하지만 자동차가 추락하면서 Frank도 크게 다치게 된다..

병원으로 찾아온 검사 Sackett는 Frank의 과거 행적을 들추어 내며 두 사람이 Nick의 보험금을 타려고 그를 죽였다며 Frank를 옭아 맨다..

보험금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던 둘은 궁지에 몰리고 Sackett의 말에 따라 Cora가 Nick은 물론 자신까지 죽이려 했다는 고소장에 서명하게 된다..

하지만 Cora의 범행이 입증되면 Frank에게 엄청난 액수의 보상금을 줘야하는 보험회사는 Cora의 범행 가능성을 부인하고 둘은 혐의를 벗게 된다..

무죄로 판정받고 보험금도 받았지만 둘의 생활이 행복한 것은 아니다..
사랑은 하지만 서로에 대한 신뢰는 잃었고 정착해 살고 싶어하는 Cora와 하루 빨리 떠나고 싶어하는 Frank는 다툼과 화해를 반복한다..

그러던 어느날 사건의 전말을 아는 자가 찾아와 증거물과의 교환 대가로 돈을 요구한다..
바로 Cora의 진술서를 가지고 있었던 것..
다행히 Frank의 재치로 증거물은 되찾고 일당은 쫓아낸다..

Cora와 Frank는 결혼을 하고 새출발을 다짐하게 된다..
하지만 해변에서의 사고로 병원으로 가던 도중 교통사고가 발생하고 Cora는 그 자리에서 죽는다..
법정에서 Frank는 보험금을 혼자 독차지하려 Cora를 죽인 것으로 판결을 받고 사형선고를 받는다..


상당히 많은 이야기와 사건이 있지만 이 소설은 100페이지 남짓에 불과하다..
작가는 주인공인 Frank의 시점을 통해 간결하고 빠른 호흡의 문장으로 상당히 긴박감 있게 풀어나간다..

이 소설을 소개하는 글을 보면
불필요한 수식이나 설명은 없이 신속하고 거친 묘사로 사실을 쌓아 올리는 수법을 hard-boiled이라고 하며 James M. Cain은 hard-boiled파의 작가에 속한다.
Roman Noir의 고전으로 뽑히는 이 소설은 Albert Camus가 <the Stranger>의 원형으로 소개한 바 있다.
고 한다..

소설 속의 많은 속어는 사실감을 더해 주기는 하지만 속어를 잘 모르는 나로서는 읽는데 약간 걸림돌이 되는 면이 없지 않았다..
이 소설은 영화화되기도 하였는데 영화는 본 적이 없어 뭐라 말은 못하겠다..


사건의 빠른 전개는 읽는 내내 긴장감을 가지게 하는데
특히 검사 Sackett와 Frank의 심문 과정에서 보험금에 관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긴장감은 최고조에 달한다..

Sackett의 추리에 옭여 매여 하는 수 없이 Cora에 대한 고소장에 서명을 할 때는 Frank의 손 뿐 아니라 책을 쥔 내 손에도 땀이 스몄다..
이런 극적인 장면은 크게 세 번 정도 나오는데 일단 위의 사건이 있고 Nick의 첫 번째 살해 시도가 있다.

갑작스런 고양이의 등장과 때마침 근처를 지나던 경찰..
완벽하게 계획된 살해 시도에서 어김없이 등장하는 예상치 못한 상황은 진부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극적 긴장감과 재미를 주는 것은 사실이다..

마지막으로 Cora의 진술서를 담보로 돈을 요구한 일당의 등장이다..
큰 긴장감의 해소 후 느낄 수 있는 허무감을 진술서와 협박이라는 장치를 통해 재미를 유지한다..
마치 공포영화에서 죽은 줄 알았던 범인 혹은 괴물이 갑자기 다시 일어서서 덤비는 것과 같이(?) 말이다..


Frank와 Cora의 사랑은 종국에는 파국으로 치닫고 만다..
재판과정에서 서로에 대한 배신으로 둘의 사랑은 '평등'은 하지만 이미 더 이상의 의미는 잃고 만다..
이는 Cora의 다음과 같은 말로 드러난다..
"It makes it even, but look at us now. We were up on a mountain. We were up so high, Frank. We had it all, out there, that night. I didn't know I could feel anything like that. And we kissed and sealed it so it would be there forever, no matter what happened. We had more than any two people in the world. And then we fell down. First you, and then me. Yes, it makes it even. We're down here together. But we're not up high any more. Our beautiful mountain is gone."
또한 한때 Hollywood를 꿈꾸던 소녀에서 결국 간이 식당에 있게 된 Cora의 개인사에서도 종국에는 그들의 꿈도 사라지고 말것이라는 것을 예고한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Cora는 사고로 죽고 Frank 또한 사형선고를 받는다..

하지만 이를 그 둘의 사랑의 비정상적인 시작으로 인한 당연한 결과라는
즉 "네 이웃의 아내를 탐하지 말라."는 계율의 재탕이라고 볼 수만은 없을 것이다..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해결책과 그로 인한 또 다른 문제,
또 그로 인한 새로운 문제들..
아무도 해결할 수 없는 그 문제들의 소용돌이와 그 속에서 서서히 파괴되는 개인들은 대공황기라는 어두운 시대적 배경을 그대로 비춰준다..


제목과 달리 이 소설에 postman은 등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는 postman의 의미를 직접적인 곳에서 찾으려 했을 때의 문제이고 그 의미는 다른 곳에서 찾는 것이 맞을 것이다..

postman은 직업의 특성상 각 집을 방문할 수밖에 없고
방문하는 때는 남편은 나가고 아내 혼자 집에 남아있는 때일 수 있다..
즉 불륜의 가능성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 소설이 유부녀와 떠돌이의 불륜관계를 소재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는 적절하고도 함축적인 의미를 지닌 제목이 된다..

2002/04/08

Perfume


Perfume - the Story of a Murderer
Patrick Suskind
(Translated from the German by John E. Woods)
(Originally published in German as Das Parfum)
Vintage
ISBN: 0375725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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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냄새가 뒤얽혀 있는 18세기 Paris의 한 골목길에서 한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버려진다..
Jean-Baptiste Grenouille..

그는 태어나면서부터 냄새에 대한 천재적인 감각을 지니고 있지만
막상 자신은 아무런 냄새도 지니고 있지 않다..
사람의 정을 느껴본 적 없이 Grenouille는 단지 자신을 둘러싼 온갖 냄새를 맡고 분석하며 지낸다..

어느날 그는 자신을 사로잡는 황홀한 향기에 이끌려 향기의 진원을 찾아간다..
그곳에는 이제 막 소녀티를 벗은 한 소녀가 있었고
그는 자신이 여태 가져왔던 모든 향기를 초라하게 하는 그 향기를 얻기위해 소녀의 목을 조른다..

Grenouille는 향수제조사의 견습생으로 들어가 향수를 제조하는 방법과 증류를 통해 향기를 정제하는 방법을 배운다..
하지만 증류만으로 원하는 모든 향기를 얻을 수 없자 그는 Paris를 떠난다..

처음으로 대도시의 숨막히는 냄새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나 전원으로 나선 Grenouille는 편안한 무취의 세계를 만끽하고 사람의 냄새를 피하고 피해 깊은 산으로 들어간다..
모든 인간과 관계된 것을 버리고 홀로 살아가던 중 자신의 몸에서 어떤 체취도 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된다..

산을 내려간 Grenouille는 사물의 향기를 최대한 순수하게 추출하는 방법을 배우고 그 기술을 이용해 자신만의 향수를 그것도 '최고의 향수'를 만들기 위해 '재료'를 수집한다..
그 재료는 다름아닌 갓 소녀티를 벗은 아름다운 소녀의 향기..
'최고의 향수'를 만들기 위한 스물 다섯차례의 살인..

살인에 대한 형을 받는 날..
형을 보기 위해 모여든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Grenouille는 자신이 만든 '최고의 향수'를 시험한다..
그의 향수에 의한 것임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무언가 알 수 없는 힘, 기적에 이끌려 Grenouille를 사랑하게 되고 형은 취소된다..

Grenouille, 아니 Grenouille the Great는 세상 모두를 굴복시킬 수 있는 힘을 얻은 것이다..
하지만 Grenouille는 자신이 만든 향수로 인한 어떠한 기쁨도 느끼지 못한다..
모든 사람이 자신을 사랑하게 할 수 있지만 정작 자신은 그들에 대한 증오, 미움뿐이다..
최고의 향수라는 가면을 쓰고 있지만
그 가면 아래에는 어떠한 얼굴도 아무런 향기도 존재하지 않는다..
향수 속에 숨어 있는 진정한 아름다움을 아는 자는 이것을 만든 오직 자신뿐이고 동시에 이 향수에 매료되지 않는 이도 오직 자신뿐이다..

온갖 냄새와 악취가 진동하는 Paris의 뒷 골목..
사회로부터 버림받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에서 Grenouille는 향수를 자신의 몸에 붓는다..
주위의 사람들이 몰려와 Grenouille를 먹자 그들은 어두운 영혼이 밝아지는 것을 느끼고 얼굴에는 수줍은 듯한 행복의 기운이 돈다..
그리고는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며 미소를 짓는다..
이것은 그들이 처음으로 행한 사랑에서 비롯된 행동인 것이다..


우리는 보통 보이는 것이 많은 의미를 부여하며 간혹 전부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소설은 보이는 것 보다는 냄새라는 우리가 사는 세상 속에 있지만 간과하기 쉬운, 어떤 면에서는 다른 세상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Grenouille는 그 다른 세상을 볼 수 있는 아니 맡을 수 있는 뛰어난 능력을 지녔다..
비록 자신은 그 세계의 속성인 냄새를 지니고 있지 못하지만..

자신이 바라는 '최고의 향수'를 만들기 위해 살인도 서슴없이 하는 냉혹한이지만 꽃의 향기를 정제하기 위한 과정을 피로도 잊은 채 신기한 듯이 마냥 쳐다보거나 자신을 사로잡는 향기에 끌려 담벼락 밑에서 그 향기를 맡는 그의 모습은 오히려 천진함마저 느끼게 한다..

Grenouille는 소설 여기저기에서 tick, 진드기로 비유가 된다..
죽은 것처럼 웅크리고 나무에 매달려 한없이 기다리고 있다가
비로소 기회가 오면 나무를 놓고 떨어진다..
이 낙하는 땅으로 떨어져 죽음으로 이끌 수도 있고 다른 동물에 떨어져 목적의 달성이 될 수도 있다..
Grenouille는 그 기회를 기다리며 끈질기게 생명을 이어간다..

Grenouille 자신은 냄새가 흩어져 사라지듯이
세상에 자신의 몸뚱이 하나 남기지 않고 사라져 버린다..
하지만 그가 남긴 것이 자신은 받아본 적도 누구에게 줘본 적도 없는
'사랑'이라는 점에서 아이러니하다..


작가는 Grenouille 주변의 인물을 통해 어떤 면에서는 스릴을 어떤 면에서는 유머러스한 면을 보며준다..
고아원 Madame Gaillard의 말년의 불운, 피혁업자 Grimal과 향수제조사 Baldini와 Druot의 죽음..
모두 Grenouille와 관련되어 일어났다는 알 수 없는 공포감을 주지만 역사속의 사건과 연계된 사실감있는 과정과 상황의 유머러스함은 웃음마저 유발한다..
이렇게 이야기를 이끄는 것이야 말로 작가의 능력이 아닐까..

2002/02/19

Frankenstein


Frankenstein or, The Modern Prometheus
Mary Shelley
Modern Library
ISBN: 0375753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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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북극 탐험을 꿈꾸는 Walton이라는 청년이 자신의 누이에게 보내는 편지로 시작한다..
Walton은 북극으로의 모험 도중 빙하 위에서 표류하는 Frankenstein박사를 만난다..
Frankenstein은 자신이 왜 그런 곳에 있었는지 자신의 정해진 운명에 대해 털어놓는다..

Frankenstein은 제네바 출신의 과학자이다..
그는 생명에 관한 연구에 몰두하면서 무생물에 생명을 불어넣는 방법을 찾아낸다..
그리고 그는 죽은 자들의 몸으로 거대한 사람의 형태를 만들고 결국 생명을 불어넣는데 성공한다..

마침내 피조물은 눈을 뜨지만 그 기괴하고 끔찍한 모습에 놀란 Frankenstein은 그만 괴물을 남겨둔 채 실험실 밖으로 뛰쳐나가 버린다..
우연히 어린 시절의 친구 Clerval을 만나 다시 실험실에 돌아오지만 괴물은 이미 사라진 뒤였다..

이 악몽을 잊어갈 무렵 제네바의 집에서 Frankenstein의 동생이 누군가에 의해 살해되고 그의 가족에 의해 키워지다시피한 Justine은 그 살인의 누명을 쓰게 사형당한다..
고향에 돌아온 Frankenstein은 이것이 자신의 만들어낸 괴물의 소행임을 알고 괴로워한다..
어느 날 Frankenstein 앞에 나타난 괴물은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

실험실에서 눈을 뜬 괴물은 밖으로 나가 숲 속을 방황한다..
인간들에게 모습을 보일 때마다 쫓겨나게 되고 그는 숲에서 생활하게 된다..
그러다 숲 속의 한 집의 헛간에 숨어들게 되고 그 곳에서 말과 인간 사회에 대해 배운다..
몰래 그들을 도와주면서 보이지 않는 친구가 되지만
막상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자 그들은 그의 흉칙한 모습만 보고 쫓아내 버리고 만다..
괴물은 자신의 창조자에 대한 증오심을 품고 그의 동생을 죽이고
그 증거를 조작해 다른 이( Justine )가 누명을 쓰도록 한다..
그리고 인간과 어울릴 수 없는 자신을 위해 자신의 배우자를 만들어 낼 것을 요구한다..

Frankenstein은 괴물의 요구에 응해 다시 연구에 몰두하지만 끔찍한 괴물이 둘로 늘어난다는 생각에 결국 그 요구를 거절하게 된다..
괴물은 이에 분노하여 Frankenstein의 친구인 Clerval을 살해하고 그의 결혼식 날 밤 찾아와 그의 신부인 Elizabeth마저 살해한다..
자신의 피조물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잃은 Frankenstein은 복수를 다짐하고 괴물을 쫓는다..

하지만 그는 Walton의 배에서 죽게 된다..
괴물은 Walton의 배에 나타나 자신의 창조자의 죽음을 확인하고 Walton에게 자신은 스스로 불태워 죽을 것이라는 말을 남기고 어둠속으로 사라진다..


Frankenstein의 원작은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진 바와는 상당히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박사는 결코 미치광이나 정신병자같은 편집증적인 과학자와는 거리가 멀다..
Walton의 표현을 빌리자면 그는 고귀한 영혼이며 가족의 사랑에 둘러싸인 사람이다..
그의 과오는 그가 원래 기괴한 자이기 때문에 초래되었다기 보다는 지나친 열정에 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때문에 그는 탐험에 대한 열정에 사로잡혀 있는 Walton에게 자신의 예를 본받을 것을 충고하는 것이다..

또한 괴물 조차 끔찍하고 무지한 존재가 아니라 인간미 넘치는 존재로 <플루타크 영웅전>과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실락원>을 읽을 정도의 감정의 소유자이며 뛰어난 언변과 설득력을 지닌 지성의 소유자로 나타내어진다..

자신의 창조주인 Frankenstein에게 조차 버림받고 이름조차 갖지 못한 괴물..
인간에 대한 선한행동이 자신의 모습 때문에 오해받고 상처받는 모습에서는 차라리 동정과 연민을 유발하게 한다..
오히려 다른 존재에 대해 마음을 열고 받아들이지 못하는 편견에 빠져있는 인간이야말로 괴물인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기까지 한다..


어째서 원작의 이러한 면이 그동안 숨겨져 왔고 왜곡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이 소설을 단순히 인간의 창조에 대한 그릇된 욕망이 이끌어낼 참담한 결과에 대한 경고로만 받아들일 수는 없을 것이다..
괴물을 통해 그리고 그를 둘러싼 인간의 행동을 통해
과연 어떤 것이 인간다운 것인가라는 휴머니즘의 문제로 볼 수 있지 않을까..

2002/01/04

The Lover


The Lover
Marguerite Duras
(Translated fro the French by Barbara Bray)
Pantheon Books, New York
ISBN: 037570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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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전 어디에선가 찾은 글이다.
1920년대 말, 프랑스 식민지인 베트남.

어머니의 근무지인 사덱의 관사에서 방학을 보내고 사이공의 기숙사로 돌아가기 위해 원주민들이 탄 버스를 타고 있는 열 다섯 살 반의 프랑스인 소녀가 있다.

그녀는 흙탕물이 가득한 메콩 강을 건너는 배 위에 있다.
그 배의 난간에 기대어 소녀는 강을 바라본다.

그리고 그 뒤에는 검정색 리무진을 탄 서른 두 살의 중국인 남자가 그녀를 바라보고 있다.
그는 차에서 내려 소녀에게 다가가고 담배를 권하며 그녀에게 말을 건다.

소녀는 그 이후로 그 남자의 리무진을 타고 기숙사에 돌아간다.
그들의 만남은 지속되고, 콜랑의 연인 집에서 그녀는 그녀 또래의 친구들은 알지 못할 쾌락을 먼저 알아간다.
그 만남은 계속되면서 기숙사에 안 들어가는 일도 생기지만,
오히려 그녀의 어머니는 원장에게 찾아가 자기 딸을 내버려두라고 말한다.

어머니를 비롯한 그녀의 가족들은 깊은 침묵과 애증에 싸여있다.
아버지의 무능력함과 죽음, 어머니에 대한 증오와 동시에 섞인 연민의 감정.
어머니는 큰오빠에 대한 남다른 애정으로 큰오빠는 무자비한 횡포를 누리고, 가녀린 작은오빠는 힘이 없다.

그녀가 식구들에게 중국인 연인을 소개하는 날에도 가족들은 냉정하다.
그 남자에게서 비싼 음식과 술까지 얻어먹으면서도 그가 백인이 아닌 중국인이라는 이유로 그에게는 말 한마디 걸지 않는다.
그녀 또한 오빠들 앞에서는 그와 말을 하지 않는다.
중국인 남자의 돈 때문에 그를 만나고 있으나 그 외에 다른 관심은 없다는 듯 외면한다.
그러면서도 그녀는 그를 계속 만나고, 그는 사랑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결국 그는 중국인이다.
그에게는 돈 많은 아버지가 있고, 집안끼리 어렸을 때 정해놓은 신부감도 있다.
그의 아버지는 아들의 백인 연인을 이해하지 못하며, 그는 그의 아버지를 설득하거나 거역하기에는 너무 연약하다.
그래서 그는 운다.
그녀를 사랑하면서도 두려움 때문에 운다.
그녀는 그에게 아버지가 옳은 거라고 말해준다.

그녀와 그가 함께 했던 일년 반이라는 시간이 흐르고, 헤어짐은 가까워 온다.
그녀는 프랑스로 떠나는 배의 난간에 기대어 서 있다.
그녀가 그를 처음 만났을 때와 같다.

그는 멀리에 세워둔 리무진 안에서 그녀 쪽을 보고 있다.
그녀는 울지 않는다.

그러나 배가 인도양을 건널 때 밤에,
쇼팽의 야상곡이 들려오고 그녀는 그를 사랑했었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후 중국인 부인과 함께 파리에 온 그에게서 전화가 온다.

서로의 안부, 머뭇거림...
그는 여전히 그녀를 사랑하고, 그 사랑은 변할 수 없으며, 죽을 때까지 영원 할거라고...

콜랑의 변치않을 연인이 말한다.

이미 나이가 든 '나'가 베트남에서 보낸 15살 반의 자신을 회상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는 소설이다..
1인칭으로 혹은 3인칭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면서 자신의 얘기를 마치 창 밖의 풍경을 보듯이 담담하고 솔직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연인>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보여준다..
영화는 본지 오래되서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프랑스 소녀인 나와 중국인 남자와의 사랑이라는 줄거리는 같지만 자신의 가족이나 주변의 다른 사람, 사건에 대한 많은 생각과 서술은 단순한 연애소설이라기 보다는 한 사람의 인생에 대한 이야기라고 보는 편이 옳음을 보여준다..

그것은 작가 자신에 대한 것일 수도 있다..
실제로 작가인 Marguerite Duras는 인도차이나에서 태어나고 자라서 작중의 '나'와 마찬가지로 17살에 프랑스로 돌아간다..
아마 그녀도 메콩강의 배 위에서 흐르는 강물을 보고 있었을 테지..


베트남에서의 이야기이지만 어디에도 베트남인은 나오지 않는다..

프랑스 소녀..
가난과 차가운 가족들에게서 벗어나고 싶어하는 15살 반의 프랑스 소녀..

중국인 남자..
소녀를 사랑하고 그녀에게 사랑을 얘기하지만
그 사랑을 지킬 수 없을 정도로 연약하고 그 때문에 눈물 흘리는 중국인 연인..

베트남에서는 모두가 이방인이다..
하지만 그들에게 있어 베트남은 이국 이상의 의미를 지닐 것이다..

떠나는 배를 향해 손수건을 들고 하염없이 손을 흔들고 있는 사람과 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