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01/04

The Lover


The Lover
Marguerite Duras
(Translated fro the French by Barbara Bray)
Pantheon Books, New York
ISBN: 037570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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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전 어디에선가 찾은 글이다.
1920년대 말, 프랑스 식민지인 베트남.

어머니의 근무지인 사덱의 관사에서 방학을 보내고 사이공의 기숙사로 돌아가기 위해 원주민들이 탄 버스를 타고 있는 열 다섯 살 반의 프랑스인 소녀가 있다.

그녀는 흙탕물이 가득한 메콩 강을 건너는 배 위에 있다.
그 배의 난간에 기대어 소녀는 강을 바라본다.

그리고 그 뒤에는 검정색 리무진을 탄 서른 두 살의 중국인 남자가 그녀를 바라보고 있다.
그는 차에서 내려 소녀에게 다가가고 담배를 권하며 그녀에게 말을 건다.

소녀는 그 이후로 그 남자의 리무진을 타고 기숙사에 돌아간다.
그들의 만남은 지속되고, 콜랑의 연인 집에서 그녀는 그녀 또래의 친구들은 알지 못할 쾌락을 먼저 알아간다.
그 만남은 계속되면서 기숙사에 안 들어가는 일도 생기지만,
오히려 그녀의 어머니는 원장에게 찾아가 자기 딸을 내버려두라고 말한다.

어머니를 비롯한 그녀의 가족들은 깊은 침묵과 애증에 싸여있다.
아버지의 무능력함과 죽음, 어머니에 대한 증오와 동시에 섞인 연민의 감정.
어머니는 큰오빠에 대한 남다른 애정으로 큰오빠는 무자비한 횡포를 누리고, 가녀린 작은오빠는 힘이 없다.

그녀가 식구들에게 중국인 연인을 소개하는 날에도 가족들은 냉정하다.
그 남자에게서 비싼 음식과 술까지 얻어먹으면서도 그가 백인이 아닌 중국인이라는 이유로 그에게는 말 한마디 걸지 않는다.
그녀 또한 오빠들 앞에서는 그와 말을 하지 않는다.
중국인 남자의 돈 때문에 그를 만나고 있으나 그 외에 다른 관심은 없다는 듯 외면한다.
그러면서도 그녀는 그를 계속 만나고, 그는 사랑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결국 그는 중국인이다.
그에게는 돈 많은 아버지가 있고, 집안끼리 어렸을 때 정해놓은 신부감도 있다.
그의 아버지는 아들의 백인 연인을 이해하지 못하며, 그는 그의 아버지를 설득하거나 거역하기에는 너무 연약하다.
그래서 그는 운다.
그녀를 사랑하면서도 두려움 때문에 운다.
그녀는 그에게 아버지가 옳은 거라고 말해준다.

그녀와 그가 함께 했던 일년 반이라는 시간이 흐르고, 헤어짐은 가까워 온다.
그녀는 프랑스로 떠나는 배의 난간에 기대어 서 있다.
그녀가 그를 처음 만났을 때와 같다.

그는 멀리에 세워둔 리무진 안에서 그녀 쪽을 보고 있다.
그녀는 울지 않는다.

그러나 배가 인도양을 건널 때 밤에,
쇼팽의 야상곡이 들려오고 그녀는 그를 사랑했었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후 중국인 부인과 함께 파리에 온 그에게서 전화가 온다.

서로의 안부, 머뭇거림...
그는 여전히 그녀를 사랑하고, 그 사랑은 변할 수 없으며, 죽을 때까지 영원 할거라고...

콜랑의 변치않을 연인이 말한다.

이미 나이가 든 '나'가 베트남에서 보낸 15살 반의 자신을 회상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는 소설이다..
1인칭으로 혹은 3인칭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면서 자신의 얘기를 마치 창 밖의 풍경을 보듯이 담담하고 솔직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연인>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보여준다..
영화는 본지 오래되서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프랑스 소녀인 나와 중국인 남자와의 사랑이라는 줄거리는 같지만 자신의 가족이나 주변의 다른 사람, 사건에 대한 많은 생각과 서술은 단순한 연애소설이라기 보다는 한 사람의 인생에 대한 이야기라고 보는 편이 옳음을 보여준다..

그것은 작가 자신에 대한 것일 수도 있다..
실제로 작가인 Marguerite Duras는 인도차이나에서 태어나고 자라서 작중의 '나'와 마찬가지로 17살에 프랑스로 돌아간다..
아마 그녀도 메콩강의 배 위에서 흐르는 강물을 보고 있었을 테지..


베트남에서의 이야기이지만 어디에도 베트남인은 나오지 않는다..

프랑스 소녀..
가난과 차가운 가족들에게서 벗어나고 싶어하는 15살 반의 프랑스 소녀..

중국인 남자..
소녀를 사랑하고 그녀에게 사랑을 얘기하지만
그 사랑을 지킬 수 없을 정도로 연약하고 그 때문에 눈물 흘리는 중국인 연인..

베트남에서는 모두가 이방인이다..
하지만 그들에게 있어 베트남은 이국 이상의 의미를 지닐 것이다..

떠나는 배를 향해 손수건을 들고 하염없이 손을 흔들고 있는 사람과 같은..

2001/12/21

12월 20일

12월 20일..
그러니까 그저께..
잊지 못할 많은 일들이 있었다..

하나..
회사에서 알게된 친구 한 명과 헤어졌다는 것..
사실 1년 가까이 회사에 다니긴 했지만 친구로 지내기로 한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그래도 회사라는 공간 속에서 서로 잡담이라도 나누고 같이 점심이나 저녁을 먹을 친구가 있다는 것은 참 고마운 일이다..
몇 일전 20일까지만 나온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참 난감하면서 어떤 말을 해 주어야할 지 몰랐다..
걱정스럽긴 하지만 나보다는 훨씬 어른스러운 그애라면 잘 해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아쉽지만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겠지..?

둘..
음악에 대한 새로운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시간나면 종종 음악회에 가기는 하지만 오늘과 같은 생각이 든 것은 처음이다..
음악과 음악 사이에는 몇몇의 연주자들의 교체가 있고 언제나 연주자들이 악기를 조율하게 된다..
그 조율하는 동안 각 악기는 각자의 소리를 내고 불협화음을 만들어 낸다..
물론 귀기울이는 청중도 없다..
하지만 그 시간이 갑자기 음악처럼 들린 이유는 무엇일까..
어쩌면 곧 이어질 잘 통제되어진 조화로운 화음에 비교되는 어설프지만 각자의 소리를 내는 제 나름의 화음은 아닐까..
아니면 harmony를 더욱 harmonious하게 만드는 그림자같은 존재로서의 disharmony인가..?

셋..
훌륭한 가수는 과연 어떤 가수를 말하는 것인가..
바리톤 김동규..
오늘 이 성악가의 노래를 들으며 가지게 된 생각이다..
그는 대부분의 성악가와 달리 노래를 하면서 약간의 연기를 보여주었다..
그가 부른 노래들이 오페라 속의 노래 중의 하나임을 감안할 때 이는 보는 이로 하여금 또다른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는 일이다..
사실 알아들을 수 없는 노래를 들을 때 우리는 그저 그 노래의 곡 밖에 느낄 수 없다..
노래의 한 부분을 차지하는 그 의미는 알아듣지 못한채 잃어버리고 마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노래의 의미를 자신의 연기를 통해 청중에게 전달하려 하였다..
그렇다고 모든 가수가 노래를 부를 때 연기를 해야한다는 것은 물론 아니다..
그의 청중을 배려한 작은 선물이 그를 돋보이게 한 것이다..
아마 훌륭한 가수란 이런 가수를 말하는 것은 아닐까..

2001/10/22

Veronika Decides to Die


Veronika Decides to Die
Paulo Coelho
(Translated from the Portuguese by Margaret Jull Costa)
Perennial
ISBN: 00609557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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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살의 Veronika는 모든 것을 가진 듯이 보인다..
젊음, 아름다움, 남자친구들, 사랑하는 가족, 직업..
하지만 그녀의 인생에서 무언가가 모자란 듯하다..

추운 11월의 어느날 아침 그녀는 죽기로 결심한다..
수면제를 한 웅큼 먹고 잠들어 다시 깨지 않기를 바랬지만
깨어났을 때는 Vilete라는 정신병원이었고 약물로 인한 심장의 약화로
살날 또한 닷새 남짓이라는 말을 듣는다..

그녀는 처음에는 죽기만을 가만히 기다리기 보다는 다른 환자의
도움으로 보다 빨리 죽을 수 있는 방법을 찾기를 원한다..

정신병원이라는 특수한 공간에서 모든 행동은 자유롭다..
미친 사람에게 자유의 제약이란 아무 의미도 없는 것이기에..

이곳의 생활에 익숙해진 환자들은 그들의 '미친 병'의 치료가 끝난 후에도
병원을 떠나지 않는다..
그들에게 있어 사회로 되돌아갈 자리따윈 남아있지 않다..
또한 병원 안에서는 그들은 무슨 짓을 해도 자유롭다..
다른 사람을 배려하기 위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멈출 이유도 없고
심지어 다른 사람의 뺨을 후려 칠 수도 있다..

Veronika는 Vilete라는 공간에서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내면에 억눌려 있던 새로운 자유의 모습을 깨닫고
바로 실천으로 옮기기도 한다..
밤새도록 미친듯이 피아노를 연주하고
자폐환자인 Eduard앞에서 자위를 하기도 한다..
왜인지 이유조차 모르고 금기시 되어 있는 모든 것에 도전하고 경험한다..

드디어 Veronika가 살 수 있다는 마지막 날..
Veronika는 Eduard와 함께 병원 밖으로 빠져나간다..
Slovenia의 옛 고성에서 죽기를 기다린다..

하지만 다음날..
그녀는 죽지 않는다.. 또다른 삶의 시작.. 경이로움..

Vilete의 의사는 논문을 작성하기 시작한다..
"An Awareness of Death Encourages Us to Live More Intensely."

일견 다른 환자에 다를바 없어 보이는 의사는 '미친 병'에 대한
완전한 치료법을 찾기를 바랬고
자신의 새로운 치료법을 Veronika에게 적용한 것이다..

하마터면 삶 속의 자유로움과 경이로움을 놓칠 뻔 했던 Veronika는
호밀밭에서 낭떠러지로 떨어지지 않도록 지켜보고 있는
파수꾼을 만난 것이다..

세상의 모순과 불합리, 부조리를 발견하고
그 속에서의 삶을 거부한 이의 용기를
작가인 Paulo Coelho는 칭송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