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04/08

Perfume


Perfume - the Story of a Murderer
Patrick Suskind
(Translated from the German by John E. Woods)
(Originally published in German as Das Parfum)
Vintage
ISBN: 0375725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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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냄새가 뒤얽혀 있는 18세기 Paris의 한 골목길에서 한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버려진다..
Jean-Baptiste Grenouille..

그는 태어나면서부터 냄새에 대한 천재적인 감각을 지니고 있지만
막상 자신은 아무런 냄새도 지니고 있지 않다..
사람의 정을 느껴본 적 없이 Grenouille는 단지 자신을 둘러싼 온갖 냄새를 맡고 분석하며 지낸다..

어느날 그는 자신을 사로잡는 황홀한 향기에 이끌려 향기의 진원을 찾아간다..
그곳에는 이제 막 소녀티를 벗은 한 소녀가 있었고
그는 자신이 여태 가져왔던 모든 향기를 초라하게 하는 그 향기를 얻기위해 소녀의 목을 조른다..

Grenouille는 향수제조사의 견습생으로 들어가 향수를 제조하는 방법과 증류를 통해 향기를 정제하는 방법을 배운다..
하지만 증류만으로 원하는 모든 향기를 얻을 수 없자 그는 Paris를 떠난다..

처음으로 대도시의 숨막히는 냄새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나 전원으로 나선 Grenouille는 편안한 무취의 세계를 만끽하고 사람의 냄새를 피하고 피해 깊은 산으로 들어간다..
모든 인간과 관계된 것을 버리고 홀로 살아가던 중 자신의 몸에서 어떤 체취도 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된다..

산을 내려간 Grenouille는 사물의 향기를 최대한 순수하게 추출하는 방법을 배우고 그 기술을 이용해 자신만의 향수를 그것도 '최고의 향수'를 만들기 위해 '재료'를 수집한다..
그 재료는 다름아닌 갓 소녀티를 벗은 아름다운 소녀의 향기..
'최고의 향수'를 만들기 위한 스물 다섯차례의 살인..

살인에 대한 형을 받는 날..
형을 보기 위해 모여든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Grenouille는 자신이 만든 '최고의 향수'를 시험한다..
그의 향수에 의한 것임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무언가 알 수 없는 힘, 기적에 이끌려 Grenouille를 사랑하게 되고 형은 취소된다..

Grenouille, 아니 Grenouille the Great는 세상 모두를 굴복시킬 수 있는 힘을 얻은 것이다..
하지만 Grenouille는 자신이 만든 향수로 인한 어떠한 기쁨도 느끼지 못한다..
모든 사람이 자신을 사랑하게 할 수 있지만 정작 자신은 그들에 대한 증오, 미움뿐이다..
최고의 향수라는 가면을 쓰고 있지만
그 가면 아래에는 어떠한 얼굴도 아무런 향기도 존재하지 않는다..
향수 속에 숨어 있는 진정한 아름다움을 아는 자는 이것을 만든 오직 자신뿐이고 동시에 이 향수에 매료되지 않는 이도 오직 자신뿐이다..

온갖 냄새와 악취가 진동하는 Paris의 뒷 골목..
사회로부터 버림받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에서 Grenouille는 향수를 자신의 몸에 붓는다..
주위의 사람들이 몰려와 Grenouille를 먹자 그들은 어두운 영혼이 밝아지는 것을 느끼고 얼굴에는 수줍은 듯한 행복의 기운이 돈다..
그리고는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며 미소를 짓는다..
이것은 그들이 처음으로 행한 사랑에서 비롯된 행동인 것이다..


우리는 보통 보이는 것이 많은 의미를 부여하며 간혹 전부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소설은 보이는 것 보다는 냄새라는 우리가 사는 세상 속에 있지만 간과하기 쉬운, 어떤 면에서는 다른 세상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Grenouille는 그 다른 세상을 볼 수 있는 아니 맡을 수 있는 뛰어난 능력을 지녔다..
비록 자신은 그 세계의 속성인 냄새를 지니고 있지 못하지만..

자신이 바라는 '최고의 향수'를 만들기 위해 살인도 서슴없이 하는 냉혹한이지만 꽃의 향기를 정제하기 위한 과정을 피로도 잊은 채 신기한 듯이 마냥 쳐다보거나 자신을 사로잡는 향기에 끌려 담벼락 밑에서 그 향기를 맡는 그의 모습은 오히려 천진함마저 느끼게 한다..

Grenouille는 소설 여기저기에서 tick, 진드기로 비유가 된다..
죽은 것처럼 웅크리고 나무에 매달려 한없이 기다리고 있다가
비로소 기회가 오면 나무를 놓고 떨어진다..
이 낙하는 땅으로 떨어져 죽음으로 이끌 수도 있고 다른 동물에 떨어져 목적의 달성이 될 수도 있다..
Grenouille는 그 기회를 기다리며 끈질기게 생명을 이어간다..

Grenouille 자신은 냄새가 흩어져 사라지듯이
세상에 자신의 몸뚱이 하나 남기지 않고 사라져 버린다..
하지만 그가 남긴 것이 자신은 받아본 적도 누구에게 줘본 적도 없는
'사랑'이라는 점에서 아이러니하다..


작가는 Grenouille 주변의 인물을 통해 어떤 면에서는 스릴을 어떤 면에서는 유머러스한 면을 보며준다..
고아원 Madame Gaillard의 말년의 불운, 피혁업자 Grimal과 향수제조사 Baldini와 Druot의 죽음..
모두 Grenouille와 관련되어 일어났다는 알 수 없는 공포감을 주지만 역사속의 사건과 연계된 사실감있는 과정과 상황의 유머러스함은 웃음마저 유발한다..
이렇게 이야기를 이끄는 것이야 말로 작가의 능력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