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10/21

엄마는 오십에 바다를 발견했다


엄마는 오십에 바다를 발견했다.(A Cinquante Ans Elle Decouvrait La Mer)
원작: 드니즈 샬렘
연출: 임영웅
번역,극본: 오증자
미술: 박동우
조명: 김종호
음악: 한신평
캐스트: 엄마/박정자, 딸/길해연
공연장소: 산울림 소극장

2003.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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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작품해설

'엄마는 오십에
바다와 그 바다에서 해수욕을 즐기는
기쁨을 발견했다.'

엄마는 오십이 되어서야 비로소 바다를 발견한다.
자진해서 바다로 달려간 것이 아니라 딸의 가출과 강요에 못이겨 어쩔 수 없이 바다를 찾아 나선 것이다.

오십 평생을 가난 속에 허리가 휘도록 일만 해온 엄마,
밖으로만 나돌려는 남편과 자식들을 위해 희생으로 일관해 오면서도 그들에게 소외되고 짐이 되는 엄마,
텅빈 집에 혼자 남아 집 떠난 딸의 생일을 혼잣말로 축복하는 엄마,
그러다가 마침내 홀로 죽어간 엄마,
그런 엄마를 버려두고 스스로의 삶을 개척해온 딸은 엄마의 죽음 앞에서 처음으로 엄마에 대한 그리움과 회한으로 괴로워 한다.

'내가 숨쉬는 이 공기속에는 엄마의 부재,
엄마의 삶, 그 가엾은 삶의 향기가 있다.'

작가는 이 시점에서 역순으로 엄마와 딸의 이야기를 되짚어간다.
딸은 작품의 화자로서 주변의 사소한 흔적에 새겨진 어머니에 대한 기억을 글로 써내려가면서 그리움에 몸서리친다.

과거의 기억과 현재의 회한이 공존하는 가운데, 딸은 자신에게 남겨진 엄마의 삶, 그 궤적을 이해하고 포용하는 것이 결국은 자신의 인생 자체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길이라는 것을 깨달아간다. 이 깨닫음 속에서 생과 사의 경계를 넘어 다시 한번 만나게 되는 딸과 엄마의 모습은 우리에게 뭉클한 감동으로 다가오는 동시에 잃고 살았던 사모의 정을 일깨워준다.

2. 줄거리

- 모든 어머니를 위한 진혼곡-
이 작품은 무대에서 글을 쓰는 딸이 현재와, 엄마와 함께 지냈던 기억속의 과거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극을 이끌어간다.
딸은 엄마와 단 둘이 살고 있다. 전통적인 유태계 가정에서 자라난 엄마는 남편과 자식, 가정밖에 모르는 전형적인 주부로 남편의 죽음과 아들의 독립으로 인한 깊은 상처와 외로움을 안고 있다.

하나밖에 남지않은 딸에게 시시콜콜 참견하고 보살피려드는 엄마에게 싫증이 난 딸은 잦은 말다툼 끝에 집을 나와 자신의 생활을 시작한다. 그녀의 꿈은 글을 쓰는 것이지만 엄마는 자신의 딸 또한 자신과 마찬가지로 결혼하여 가정을 꾸미고 아이를 낳아 기르는 평범한 생활을 해주길 바란다.

딸의 독립 후 엄마는 나이 오십에 처음으로 여름휴가를 떠나 바다에서 해수욕의 기쁨을 발견한다. 그러나 그런 기쁨도 잠시, 엄마는 수술을 위해 병원에 입원해야만 한다. 두려움에 떠는 엄마. 그럼에도 딸이 자신의 처녀작이 출판되었다는 소식을 알리자 엄마는 아이처럼 좋아한다. 하지만 딸은 엄마에게 휴양차 여행을 다녀 와야겠다고 말하고 엄마를 홀로 놓아둔 채 미국으로 떠나고 만다. 그리고 그녀가 집으로 다시 돌아왔을 때 기다리고 있던 것은 이미 식어버린 엄마의 주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