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07/28

우주전쟁 (War of the Worlds)


우주전쟁 (War of the Worlds)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출연: 톰 크루즈(레이 페리어), 저스틴 채트윈(로비 페리어), 다고타 패닝(레이첼 페리어), 팀 로빈스(오길비)

2005.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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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원작은 《The Time Machine》, 《The Invisible Man》의 작가이기도 한 H.G. Wells의 《The War of the Worlds》이다. 이 원작소설에는 유명한 에피소드가 있다. 이 소설을 바탕으로 런던에서 라디오 드라마를 방송했었는데 실제 화성인이 침략한 것으로 착각한 시민들로 공황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영화에 대한 감상은 짧게 말해 실망이다. 이미 화성탐사가 현실화된 시점에서 무작적 화성인을 내세울 수는 없었기도 하겠지만,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원작을 충실히 영화화하기 보다는 많은 수정과 각색을 통해 자신의 외계인에 대한 편집증적인 집착을 드러내는 또 하나의 영화를 만들어냈다. 이렇게 공격적으로 글을 쓰는 이유는 H.G. Wells의 원작소설이 불러일으켰던 반향을 생각하면 기대에 훨씬 못미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비록 무적에 가깝게 묘사되던 외계인들이 바이러스라는 의외의 복병에 의해 갑작스레 전멸하고 마는 마지막 부분은 비교적 원작을 존중하고 있다고 생각하게 만들지만...

이 영화는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상상할 수도 없던 거대한 위협이 갑자기 들이닥친 상황에서 보통 사람이 어떻게 대처해 가는가하는지에 대한 이야기이다. 뛰어난 군인이나 위대한 지도자, 가공할 능력의 슈퍼 영웅은 등장하지 않는다. 처음부터 끝까지 외계인들은 계속해서 파괴하고 학살하며 톰 크루즈는 계속해서 아이들을 데리고 도망 다닌다. 하지만 영화 내내 다코다 패닝이 내지르는 소리를 듣고 있다보면 짜증이 밀려와 차라리 외계인이 어떻게 해주기만을 바라게 될지도 모른다.

톰 크루즈가 누구인가. <7월 4일생(Born on the Fourth of July)>에서 가족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애국심으로 똘똘 뭉쳐 베트남 전쟁에 자원 입대하는 건실한 청년으로 등장하지 않았던가. 이 영화에서 톰 크루즈는 아들 로비의 입대를 만류하고, 이에 아랑곳없이 화성인에 대항하기 위해 입대하려 하는 아들의 모습은 묘한 대조를 이룬다. 톰 크루즈는 영화에서 그저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이혼 경력이 있는 보통의 미국시민으로 등장한다. 재미있는 것은 미국에서 보통사람이 되기위해서는 이혼 경력쯤은 필수라는 점이다.

스티븐 스필버그와 톰 크루즈라고 하면 이전의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이 영화에서 9.11테러 이후 미국인의 공포를 범죄 예지능력이라는 초자연적인 현상에 의지해 보려는 위기에 몰린 최강대국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같은 감독에 같은 주연 배우인 이유로 <우주전쟁>도 비슷한 맥락에서 보지 않을 수 없다. 거대한 위협에 맞서 자신의 가족을 지키기 위해 싸워나가는 힘은 강력한 폭탄이나 신무기가 아닌 보통의 미국 시민의 부성애이다라고 감독은 말하고 싶은 것일까.

2005/07/27

Nolite te Bastardes Carborundorum

Don't let the bastards grind you down.

from The Handmaid's Tale by Margaret Atwood


CarborundumA trademark used for an abrasive of silicon carbide crystal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