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12/21

12월 20일

12월 20일..
그러니까 그저께..
잊지 못할 많은 일들이 있었다..

하나..
회사에서 알게된 친구 한 명과 헤어졌다는 것..
사실 1년 가까이 회사에 다니긴 했지만 친구로 지내기로 한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그래도 회사라는 공간 속에서 서로 잡담이라도 나누고 같이 점심이나 저녁을 먹을 친구가 있다는 것은 참 고마운 일이다..
몇 일전 20일까지만 나온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참 난감하면서 어떤 말을 해 주어야할 지 몰랐다..
걱정스럽긴 하지만 나보다는 훨씬 어른스러운 그애라면 잘 해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아쉽지만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겠지..?

둘..
음악에 대한 새로운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시간나면 종종 음악회에 가기는 하지만 오늘과 같은 생각이 든 것은 처음이다..
음악과 음악 사이에는 몇몇의 연주자들의 교체가 있고 언제나 연주자들이 악기를 조율하게 된다..
그 조율하는 동안 각 악기는 각자의 소리를 내고 불협화음을 만들어 낸다..
물론 귀기울이는 청중도 없다..
하지만 그 시간이 갑자기 음악처럼 들린 이유는 무엇일까..
어쩌면 곧 이어질 잘 통제되어진 조화로운 화음에 비교되는 어설프지만 각자의 소리를 내는 제 나름의 화음은 아닐까..
아니면 harmony를 더욱 harmonious하게 만드는 그림자같은 존재로서의 disharmony인가..?

셋..
훌륭한 가수는 과연 어떤 가수를 말하는 것인가..
바리톤 김동규..
오늘 이 성악가의 노래를 들으며 가지게 된 생각이다..
그는 대부분의 성악가와 달리 노래를 하면서 약간의 연기를 보여주었다..
그가 부른 노래들이 오페라 속의 노래 중의 하나임을 감안할 때 이는 보는 이로 하여금 또다른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는 일이다..
사실 알아들을 수 없는 노래를 들을 때 우리는 그저 그 노래의 곡 밖에 느낄 수 없다..
노래의 한 부분을 차지하는 그 의미는 알아듣지 못한채 잃어버리고 마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노래의 의미를 자신의 연기를 통해 청중에게 전달하려 하였다..
그렇다고 모든 가수가 노래를 부를 때 연기를 해야한다는 것은 물론 아니다..
그의 청중을 배려한 작은 선물이 그를 돋보이게 한 것이다..
아마 훌륭한 가수란 이런 가수를 말하는 것은 아닐까..

2001/10/22

Veronika Decides to Die


Veronika Decides to Die
Paulo Coelho
(Translated from the Portuguese by Margaret Jull Costa)
Perennial
ISBN: 00609557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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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살의 Veronika는 모든 것을 가진 듯이 보인다..
젊음, 아름다움, 남자친구들, 사랑하는 가족, 직업..
하지만 그녀의 인생에서 무언가가 모자란 듯하다..

추운 11월의 어느날 아침 그녀는 죽기로 결심한다..
수면제를 한 웅큼 먹고 잠들어 다시 깨지 않기를 바랬지만
깨어났을 때는 Vilete라는 정신병원이었고 약물로 인한 심장의 약화로
살날 또한 닷새 남짓이라는 말을 듣는다..

그녀는 처음에는 죽기만을 가만히 기다리기 보다는 다른 환자의
도움으로 보다 빨리 죽을 수 있는 방법을 찾기를 원한다..

정신병원이라는 특수한 공간에서 모든 행동은 자유롭다..
미친 사람에게 자유의 제약이란 아무 의미도 없는 것이기에..

이곳의 생활에 익숙해진 환자들은 그들의 '미친 병'의 치료가 끝난 후에도
병원을 떠나지 않는다..
그들에게 있어 사회로 되돌아갈 자리따윈 남아있지 않다..
또한 병원 안에서는 그들은 무슨 짓을 해도 자유롭다..
다른 사람을 배려하기 위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멈출 이유도 없고
심지어 다른 사람의 뺨을 후려 칠 수도 있다..

Veronika는 Vilete라는 공간에서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내면에 억눌려 있던 새로운 자유의 모습을 깨닫고
바로 실천으로 옮기기도 한다..
밤새도록 미친듯이 피아노를 연주하고
자폐환자인 Eduard앞에서 자위를 하기도 한다..
왜인지 이유조차 모르고 금기시 되어 있는 모든 것에 도전하고 경험한다..

드디어 Veronika가 살 수 있다는 마지막 날..
Veronika는 Eduard와 함께 병원 밖으로 빠져나간다..
Slovenia의 옛 고성에서 죽기를 기다린다..

하지만 다음날..
그녀는 죽지 않는다.. 또다른 삶의 시작.. 경이로움..

Vilete의 의사는 논문을 작성하기 시작한다..
"An Awareness of Death Encourages Us to Live More Intensely."

일견 다른 환자에 다를바 없어 보이는 의사는 '미친 병'에 대한
완전한 치료법을 찾기를 바랬고
자신의 새로운 치료법을 Veronika에게 적용한 것이다..

하마터면 삶 속의 자유로움과 경이로움을 놓칠 뻔 했던 Veronika는
호밀밭에서 낭떠러지로 떨어지지 않도록 지켜보고 있는
파수꾼을 만난 것이다..

세상의 모순과 불합리, 부조리를 발견하고
그 속에서의 삶을 거부한 이의 용기를
작가인 Paulo Coelho는 칭송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