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06/19

셜리 발렌타인 (Shirley Valentine)


셜리 발렌타인 (Shirley Valentine)
출연: 손 숙
원작: 윌리 러셀
번역: 성수정
연출: 글렌 월포드
미술: 클레어 리스, 조명: 김종호
의상: 이수동, 사진: 조세현
장소: 소극장 산울림

2005.5.29
Show/Hide

본지 시간이 꽤 지난 지금에야 간단히 메모를 남긴다. 연극의 상세한 내용은 이미 감자튀김의 고소한 냄새와 함께 기억속에서 흩어져버렸다.

같이 본 친구는 근래에 본 연극 중 가장 괜찮았다고 평한다. 산울림 극장에서 본 다른 작품들도 좋았다. <고도를 기다리며>(2002)는 산울림의 대표작이라 할 정도로 유명하다. <엄마는 오십에 바다를 발견했다>(2003)에서는 박정자님의 <에쿠우스>에서와는 다른 성격의 연기력을 느낄 수 있었다. 이번 공연에서는 손숙님의 친근감있는 연기를 접할 수 있다.

<셜리 발렌타인>는 모노드라마이다. 연기자라고는 손숙 혼자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관객은 벽이나 바위가 되어 그녀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한 인간의 자아를 찾는 일탈과 모험의 이야기라고도 볼 수 있지만 어디까지나 '여자'의 이야기임은 분명하다. 그렇기 때문에 남자인 나의 이해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은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하지만 한 남자의 아내이자 아이들의 어머니인, 또 한 사람의 여자이기도 한 그녀의 이야기는 단지 남의 이야기인 것만은 아니다. 내 주위에는 언제나 여자들도 함께 살아가고 있으며 어디까지나 가장 가까운 곳에는 어머니가 계시기 때문이다.

엄마의 일탈.. 비슷한 소제를 <엄마는 오십에 바다를 발견했다>에서도 다루고 있다. 후자는 딸의 시선으로 엄마를 회상하는 점이 다르기는 하지만 우연한 기회에 바다로 여행을 떠나는 엄마의 이야기는 서로 닮았다. 모든 것을 남겨두고 여행을 떠나기에는 걱정거리가 너무도 많은 당신. 오랜 시간의 숙고 끝에야 비로소 이제는 여행을 떠나도 괜찮다고 자신을 설득하는 모습. 하지만 셜리 발렌타인은 집으로 돌아오지 않고 그리스의 해변에 남는다.

바람난 여자로 봐야 할지, 아니면 인생의 전환기를 맞아 자신을 찾은 한 사람의 여자로 봐야 할지.. 그녀의 모습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는 확신이 서지 않는다. 나의 머리 속에 그리는 생각과 실제 보여주는 행동 사이의 이중적인 모습을 대면하고 싶지 않은 것인지도.. 다른 이들, 특히 여자들의 생각이 궁금하지만 물어볼 사람이 없으니 일단은 혼자 고민할 수밖에..

No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