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11/23

Cheetos와 치토스


국민학교 4,5학년 무렵이었던 것 같다.
그때 처음 치토스가 나온 것으로 기억한다.
봉지안에 스티커가 하나 들어있어서 뒷면을 동전으로 긁으면 "한 봉지 더"나 "꽝! 다음 기회에"라고 나왔었다.

이 치토스에 얽힌 작은 추억이 하나 있다.
그 치토스가 나온지 얼마 안되서 처음 동생하고 집으로 사들고와 먹는데 "한 봉지 더"가 나왔었다. 그때를 생각해 보면 동생하고 너무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 그나이 또래에 이런 종류의 것에서 당첨이 된다는 것은 온동네 친구들에게 자랑할 만한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그저 한 번 "한봉지 더"가 나왔다고 기억에 남는 것은 아니다.
한 봉지를 다 먹고 동생하고 다시 동네 구멍가게에 가서 한 봉지를 받아와서 또 먹는데 다시 한 봉지더가 나온 것이다.
이것 역시 끝이 아니다..
새로 받아와서 먹은 치토스에서도 한봉지 더가 나온 것이다.
계속 한봉지 더가 나온 덕에 그날 치토스를 대여섯 봉지인가를 먹었다. 그것도 처음 사먹은 날에.. 마지막 봉지에서도 한봉지 더가 나왔지만 이미 그 구멍가게에 있던 치토스를 우리 형제가 다 먹어버리는 바람에 이미 동이 나버려 더 이상 가져올 수도 없었다. 그래서 구멍가게 아주머니가 다른 과자 하나를 집어가라고 해 죠리퐁을 집어왔던 것 같다. 그러고보니 그 구멍가게 아줌마도 신기해 하셨던 것 같다.
정말 흔치 않은 일이기에 아직까지 그날을 입가에 웃음을 짓고 기억하게 된다.


작년에 회사에서 출장차 처음 해외에 나갔을 때이다.
토론토로 출장을 갔는데 마침 동생이 그 도시에서 어학연수를 받는 중이었다. 첫 주말, 잠시 시간을 내서 동생을 만나 이곳저곳 돌아보았는데 길가 가게에서 익숙한 캐릭터의 과자 봉지가 눈에 띄는것이 아닌가. Cheetos. 정말 깜짝 놀랐다. 그때까지 치토스는 우리나라 과자라고만 생각해 왔기 때문에.. 치토스 뿐만 아니었다. 그 옆에 있던 SunChip과 Doritos. 순간 묘한 기분이 들었다. 그 수많은 종류의 과자들이 같은 캐릭터와 비슷한 디자인으로 이름만 영어로 쓰인채 진열돼 있는 것이었다.
화가 나는 것은 아니지만 야릇한 실망감, 당혹감 그리고 약간의 배신감..
이제는 치토스가 사라지고 다른 이름으로 팔린다고 하는데..


그러고 보니 원래 다른 나라 것인데 우리 것으로 알고 있는 것들이 꽤 되는 것 같다..
특히 어렸을 때 본 만화영화들..
어느 유학생의 일화가 있다. 노래를 불러야 하는데 딱히 떠오르는게 없어 캔디 주제가를 부르기 시작했는데 같이 있던 외국학생들이 다들 각자의 모국어로 같이 따라 부르더라는.. 그사람도 그때 캔디가 일본 만화라는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고 한다.

몇일 전 비슷한 화제의 이야기를 할 기회가 있었다. 그 중 하나가 어렸을 때 독수리5형제를 정말 좋아했는데 그게 일본 만화라는 것을 알고 너무 실망했다고 말했다. 생각해 보니 지구의 평화를 지키며 어린 아이들이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던 그 영웅들이 너나할 것 없이 결국 일본 사람인 것이다. 뿐만 아니라 남박사를 비록해 선견을 가지고 준비해오던 그 많은 공학자들과 박사님들도 대부분 일본 사람이라는..
나를 비롯해 현재 공학을 공부하는 수많은 사람들 중 어린 시절 본 그 만화들에 영향받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과연 그네들은 이런 사실을 알고 있을까..

1 comment:

Anonymous said...

그게 오리온(동양제과)이 외국 회사와 합작하던 시절 나온 제품들이라 그래. 당시 회사 이름이 그냥 오리온이 아니었었지.

뭐 상대 제품 베끼기(다분히 '물타기'의 의도를 지닌)의 경우 그 바닥에서는 그리 드문 일이 아니라고는 하더만.

여하튼 간만에 들러 헛소리 남긴다. (쿨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