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05/22

패러사이트 싱글의 시대 (Parasite Single No Jidai)


패러사이트 싱글의 시대
Yamada Masahiro
김주희 옮김
성신여자대학교 출판부
ISBN: 8986092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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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학교를 졸업하면 취직을 해서 부모를 모셔야 된다고 여겨져 왔고 실제로도 그랬다. 심지어 학교도 자신의 힘으로 다녀야 했던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요즘 주위를 둘러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쉽게 느낄 수 있다. 부유한 부모가 늘어나면서 자녀에 대한 지원은 확대일로에 있고 자녀들을 위해서면 무슨 일이든지 해주려는 우리네의 부모상과 맞물려 너무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아무 거리낌없이 부모집에서 방 하나를 차지한 채 자기가 번 돈으로 데이트와 해외여행을 하고 자동차와 명품, 애인에게 줄 선물을 산다. 이처럼 학교 졸업후에도 부모와 함께 살면서 기초 생활비를 부모에게 의존하고 있는 미혼자를 「패러사이트 싱글」이라고 부른다.
현대의 젊은이는 가장 풍족한 세대이다. 하지만 이러한 풍족함은 부모와 동거한다는 조건이 만들어낸다고 이 책의 저자는 주장한다. 기본적인 생활을 부모에게 부담토록하면서 더 많은 돈을 소비할 수 있으며 인간관계 상의 비용을 지불하지 않으면서도 풍요로운 인간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또한 직장을 그만둬도 당장의 생활적 곤란함에 처하지 않기때문에 만족감을 가질만한 직업을 찾아 시험에 몰두하거나 취미적인 직업을 추구하는 일이 가능하다.

하지만 패러사이트 싱글의 증가는 미혼화, 만혼화의 원인이 되고 있다. 풍족한 생활을 즐기던 젊은이에게 결혼은 가난의 시작이자 가사부담의 증가이다. 그러므로 가능한한 결혼을 미루려하고 이는 미혼화, 만혼화, 더 나아가 저출산를 야기한다. 가처분 소득이 증가하였지만 패러사이트 싱글의 소비는 고가 명품에 치우쳐 있다. 또한 주택 소비가 줄어들고 세탁기, 냉장고 등의 내구제 소비 또한 감소함으로써 총체적 불황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부모의 경제적 이용 가능성이 풍요로움을 결정하게 되면서 이들은 또다른 사회 계층을 형성하고 의존주의를 확산시킨다. 1+1≠2. 개개인에게는 이익이 되는 행동이 전체 사회에서는 반대의 결과를 가져오고 있는 것이다.

패러사이트 싱글은 어째서 나타나게 된 것일까. 산업화가 진행될 무렵에는 자립의 수준이 낮았으며 부모 쪽에서도 자녀들의 기생적 생활을 받아 들일 여유가 없었다. 자녀들도 자립을 원했으며 가족을 부양할 정도가 되면 빨리 결혼을 하였다. 하지만 부모세대의 경제적 여유는 패러사이트 싱글 형성의 전제 조건이 되었다. 고도성장기 이후의 불황으로 중장년층보다 상대적으로 불리한 젊은층의 경제적 상황은 악화되었고 이미 높아진 경제적 생활수준에 대한 기대치는 자립을 방해하는 요소가 되었다. 반면 자립과 독립에 대한 규범에 비해 자식을 위해서라는 규범이 훨씬 강한 사회적 풍토나 부족한 사회보장제도 대신 부모에게 의존하게 되는 것 또한 한 요인이다. 패러사이트 싱글의 형성은 다분히 일본적이다. 하지만 비단 한국뿐 아니라 유럽의 선진국에서도 비슷한 조짐이 보이기 시작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알맞은 미지근한 물에 들어가 있으면 굉장히 기분이 좋다. 미지근한 물에서 나오면 춥다. 스스로 옷을 입으면 좋은데 거기까지 가기가 춥기 때문에 좀체 밖으로 나올 수가 없다. 대개 어떻게 밖으로 나오면 좋을지 알지 못하다. 옷을 입혀 주고 밖으로 끌어내 줄 사람이 나타날 때까지 기다리려고 한다. 그러나 미지근한 물은 미지근한 물일 뿐이다. 서서히 식어 언젠가는 냉탕이 되는 것은 확실하다. 그것이 언젠가는 알 수 없지만 나오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나 나오면 고생할 것이 뻔하다. 그런 상태가 전형적인 패러사이트 싱글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 의존주의를 타파하고 자립하는 젊은층을 지원해야 한다고 작가는 주장한다. 또한 해결책의 하나로 「부모동거세」를 제시한다. 말 그대로 부모와의 동거를 부모의 증여로 보고 증여세를 부과하는 것이다. 얼마전에 한국에서 「효도법」이라는 것이 발의된 것을 생각해 보면 묘한 대조를 이룬다.

비록 일본의 가족관계 및 사회문제를 설명하기 위한 하나의 시도로서 제시된 것이기는 하지만 한국이 대체로 일본과 비슷한 전철을 밟아가고 있다는 점에서 눈여겨 볼만한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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